비겁함이란
나의 눈동자를 달에 태우는 것
목젖으로 눈물이 흐르고
보리순이 제 몸뚱아리 밟히는 모습을
얇은 창문에 비스듬히 드리워보일 때
그 비겁함이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달 아래 흙처럼 다져놓은 어둠을
열 손가락으로 모조리 파헤쳐서라도
이 비겁한 동물의 울음을 지우고 싶은데
차마 그러지 못하고
커튼 속 한 마리 모기가 되어
남몰래 흡혈하는 치졸한 그림자가 되었네
아, 한 자루 촛불처럼
환한 눈물로 어둠을 내몰고
매초롬히 살아갈 수는 없는가보다
심란의 알을 낳지 않도록
아무도 마주치지 않는 공기의 늪으로
끝없이 침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