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그림자

Purpureus 2011. 11. 4. 19:09

비겁함이란

나의 눈동자를 달에 태우는 것

 

목젖으로 눈물이 흐르고

보리순이 제 몸뚱아리 밟히는 모습을

얇은 창문에 비스듬히 드리워보일 때

 

그 비겁함이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달 아래 흙처럼 다져놓은 어둠을

열 손가락으로 모조리 파헤쳐서라도

이 비겁한 동물의 울음을 지우고 싶은데

 

차마 그러지 못하고

커튼 속 한 마리 모기가 되어

남몰래 흡혈하는 치졸한 그림자가 되었네

 

아, 한 자루 촛불처럼

환한 눈물로 어둠을 내몰고

매초롬히 살아갈 수는 없는가보다

 

심란의 알을 낳지 않도록

아무도 마주치지 않는 공기의 늪으로

끝없이 침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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