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괴롭지 않다고 말하는 것

Purpureus 2014. 4. 13. 14:42

괴롭지 않다고 말하는 것


따뜻한 봄볕은 없다.
4월이 사라진 언덕, 그 위에서
돌, 모래만 대기를 때리는 뒷 바람 아래에

고개를 숙이던 나무들은 그래도 괜찮단다.

 

눈 앞에서 세상이 뒤집혀 나뒹굴어도
눈물 한 톨 나지 않는다고 한다.

 

누구 멋대로 하나씩 으깨져 가도
애초 봄볕 하나 받아본 적 없던 것처럼 모른댄다.

 

빗방울이 흘러들면
오래도록 내려놓은 긴 뿌리를 스치어 지날 때마다
차고 신선했던 옛 첫 마음과,

고통의 아스러움이 함께 짓누르는데도 

짐짓 외친다.

 

나는 괴롭지 않다!
누구도 필요치 않다!

 

나는 외롭지 않다!
누구도 필요치 않다!

 

황사 가득한 언덕 크게 돌고 돌아

메아리가 누군가에게 묻는다

속 썩어 문드러져 가는 것도, 안 보인다 말했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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