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지 않다고 말하는 것 괴롭지 않다고 말하는 것 따뜻한 봄볕은 없다. 4월이 사라진 언덕, 그 위에서 돌, 모래만 대기를 때리는 뒷 바람 아래에 고개를 숙이던 나무들은 그래도 괜찮단다. 눈 앞에서 세상이 뒤집혀 나뒹굴어도 눈물 한 톨 나지 않는다고 한다. 누구 멋대로 하나씩 으깨져 가도 애초 봄볕 하나 받아.. 나의 시 2014.04.13
낙엽 저들도 흔들리며 늙어간다/ 10월도 구부러드는 말일/ 햇빛 한 그릇, 이젠 더 먹기 싫어 피하련만/ 비 온 날, 없는 고개 내밀어 육추받던 파랑새의 청초함은 잊었누/ 하늘아래 그늘진 곳도 바람은 불고 빗물도 흐른다/ 그러면서 세월만 젖고 몸은 마른다/ 부스러진다 나의 시 2012.10.28
스프링벅 여해, 저 넓은 한려의 바다로 가자 아프리카에 가면 20대의 방황을 잊고 의식없이 달리는 한 마리 기쁜 스프링벅이 되자 배 부를, 피안의 저승길을 향하여 아무런 감정없이 애초에 나는 태어나지 않았었던 것처럼 홀로 유리된 육신으로 고뇌하던 그 나날들이 붉새빛으로 물들어 차.. 나의 시 2011.11.18
그림자 비겁함이란 나의 눈동자를 달에 태우는 것 목젖으로 눈물이 흐르고 보리순이 제 몸뚱아리 밟히는 모습을 얇은 창문에 비스듬히 드리워보일 때 그 비겁함이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달 아래 흙처럼 다져놓은 어둠을 열 손가락으로 모조리 파헤쳐서라도 이 비겁한 동물의 울.. 나의 시 2011.11.04
공방 고요히 삶을 누이고 있을 때 여기는 곧 은은한 달빛을 받아 나의 영감을 달구는 공방이 된다 옛 순간들을 움켜잡아 괜시리 아쉬움을 덧바르고 부끄런 무늬에 늦은 후회를 담궈 뜨거운 가마에 나를 내던진다 모든 슬픔은 수 천의 열기 속에 두고 흙향기 아름다워지는 새벽의 주인공이 되.. 나의 시 2011.11.04
강아지풀 힘들어 내 곁에 기댄 강아지풀 너는 스산한 강바람에 흔들려도 좋고 가끔 오는 먹구름에 몸을 비벼대도 좋은데 버림받는 하찮은 꼬리 풀은 되진 말어라 아, 지나가는 그 누군가 애닯게 날 꺾어 콧날에 갖다 대어도 이 부드러운 살결은 잃지 않을텐데 이 곳, 먼 들길엔 다가오는 이 .. 나의 시 2011.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