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강아지풀

Purpureus 2011. 11. 4. 18:57

힘들어

내 곁에 기댄 강아지풀

 

너는

스산한 강바람에 흔들려도 좋고

가끔 오는 먹구름에 몸을 비벼대도 좋은데

버림받는 하찮은 꼬리 풀은 되진 말어라

 

아, 지나가는 그 누군가

애닯게 날 꺾어

콧날에 갖다 대어도

이 부드러운 살결은 잃지 않을텐데

 

이 곳, 먼 들길엔 다가오는 이 없어

지워진 발자국 마저 그리워

 

자줏빛 털이 사그러들만큼

흙먼지 일렁여도,

혹여

잎 마르고 줄기 야위어

씨가 떨어져도

애꿎은 이삭은 붙어 있도록

 

슬프지만 노엽지는 않게

섧지만, 눈물은 꽃대에만 맺히길

 

이 땅 위에 흐르는 빗소리

고개 숙이고 마저 듣고 싶어

그리움 씻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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