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신여랑, 2008,『자전거 말고 바이크』, 서울: 낮은산

Purpureus 2015. 5. 21. 13:35



  외면 받거나 막다른 길에 몰린 아이들의 무거운 이야기들. 어떻게 읽고, 어떻게 읽혀지길 바라야하나

 

   이 책은 5가지 이야기를 모아둔 단편집이다. ‘자전거 말고 바이크편 정도를 빼고는 나머지가 싸움꾼 1진들의 이야기부터 성에 대한 문제 등 다 어두운 이야기이다. 일탈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을 리얼하게 잘 그린 것 같다. 대개는 가정 환경적으로 어려운 배경속의 아이들이 일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일그러진 행동과 의식들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다 읽고 나서 재미는 둘째 치고, 무언가 마음 한 공간이 크게 뚫려진 듯한, 허무감과 불편함이 잔존했다. 그건 무엇보다도 이 책 속 화란이편과 서랍 속의 아이편의 이야기 내용 덕분이다.

 

 

   학교 구령대를 두고 벌이는 아이들 간의 싸움, 아이돌 멤버에 대한 선망의 시선이 한순간 흐트러져버린 까망의 허망한 심정, 22일된 커플의 투닥 대는 사랑과 성에 대한 관심, 이런 부분의 이야기들은 왜 그렇게 집착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시절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릴 적 사춘기다운 사춘기를 벌여 본 적도 느껴본 적도 없던, 있는 듯 없는 듯 평범하게 학교를 다녔던 그런 청소년기를 보내서인지 모르겠다. 마치 5층 교실 창밖으로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큰 다툼을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화란이’편과 ‘서랍 속의 아이’편은 빠르게 읽혀지면서도 조금씩 마음이 무거웠다. 일찍이 가출을 하고 남자친구들과 동거를 하는 것도 모자라 성매매를 하고, 남자친구의 사고 소식을 듣고 흔들린 마음에 관계 맺던 남성에 칼부림을 하는 화란이의 모습은 그냥 쉬이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이런 막 나가는 과정이 이어지는데 여기에도 어른들은 어떤 부분도 끼지 못하고 있다. 또 ‘서랍 속의 아이’편에서,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열다섯 아이에게 일찍 ‘성’이라는 마음 속 소중한 서랍을 열려버린 열두 살 아이의 모습은 움찔한 느낌, 놀라운 느낌이 교차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무거운 경험을 토대로 힘겨운 심정을 토로하며 상담하는 교사가 된 모습은 어떻게 보면 안도감도 생기게 됐다. 마지막에 상담 선생이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의 마음속에 담겨있는 ‘수많은 서랍’이 있고 자신을 비롯한 누구도 그 서랍속 내용을 모르니, 열다보면 당황하고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것은 더러운 것과는 상관없는 것이니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인상이 깊다.

 

   이 책을 다 보고 나니,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현실에서는 저런 이야기들의 아이들이 어딘가에든 암울하게도 있을 것이다. 어떤 배경으로 이렇게 극단으로 빠지는 아이들이 나오는 것일까? 잠시 일탈했다고, 섬세하고 다양한 아이들의 심성을 외면하고 소외하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이진 않을까?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저런 폭력적 방식으로 잠시나마 누르고 버텨 보려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외부에서 보는 나쁜 편견, 부모가 처해있는 어려운 환경과 이런 사정에 대한 무관심들이 이를 더 부채질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구령대 아이들에 나오는 수탁이 들어야 했던 조롱 섞인 말을 주변에서 들어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한편으로, 일반 청소년들에게는 이 책을 소개할 만한가? 내 생각엔 괜찮은 것 같다. 무거운 소재들로 구성돼 있지만 책이 빠르게 읽히게 해줄만한 속도감 있는 문체를 보여주고 있고,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자기와 다른 환경에 처해 있는 아이들에 대한 감정이입도 쉽게 될 것 같다. 비슷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의 경우, 의지하고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줄 사람과, 그들이 소개해주는 책이나 영상 같은 게 아닐까. 이 책으로 자기의 심리와 비교하고 재구성해서 마음을 다시금 정리하는 데에 조금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은 사춘기 청소년 시절, 마음 속 어떤 서랍을 열어 어떤 느낌을 받고 어떻게 행동하고 바라봤는지 궁금하다. 그런 마음에서 이 책

속 어떤 단편이 불편했고,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도 서로 이야기 해보고 싶다